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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파산 후폭풍 - 세계 자동차산업 대격변 예고 & GM대우는 어디로 가나

크라이슬러에 이어 GM이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파산보호를 신청함에 따라 세계 자동차 업계의 '빅뱅'이 본격화하고 있다.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의 차 업계 '빅3' 중 2개의 붕괴는 시장판도의 지각변동을 불러오기에 충분하다. 

무엇보다 불과 수년전만해도 세계 자동차 업계 1위였던 GM의 파산은 향후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인수.합병(M&A)의 소용돌이 속에서 공고하던 상층부의 균열과 후발 주자들이 대거 약진하는 업계에 일대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GM 본사


변화의 핵은 GM과 크라이슬러의 공백으로 생긴 북미 자동차 시장의 진공상태다.

올해 1분기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이들 빅3의 시장 점유율은 이미 지난해의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세계 1위를 도요타에 내준 GM은 판매량이 무려 48.8%나 떨어졌고 포드는 42.8%, 크라이슬러는 45.6%의 급감세를 면치 못했다.

이들 기업은 무리한 M&A에 강성노조, 경영진의 무능으로 쇠락의 길을 걸었다.

올해 들어 정부의 구제금융으로 연명해온 GM은 브랜드 이미지에 치명적인 파산신청 만은 피해보려고 발버둥쳤지만 자금줄인 정부의 요구에 파산보호 신청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GM은 보유 중인 브랜드 중 시보레, 캐딜락, GMC 뷰익 등 4개만 남기고 미국 내 47개 공장도 2012년까지 31개로 줄일 계획이다 .

GM은 최근 유럽 자회사인 오펠을 캐나다 자동차 부품업체인 마그나에 매각했고, 정통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브랜드인 허머(HUMMER)의 매각협상도 타결에 근접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그나는 오펠에 7억유로를 투입하는 한편 독일 2천500명을 포함해 유럽에서 약 1만명의 직원을 감축할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스웨덴 법원으로부터 파산보호 기간을 연장받은 GM유럽의 또 다른 브랜드 '사브'는 3개월 내 새 주인을 찾는 것이 목표지만 마땅한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고 있어 공중분해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GM과 크라이슬러는 파산보호를 통해 국유화되고 우량기업들로 구성된 새 업체로 태어난다고 해도 향후 수년간 공장폐쇄로 인한 생산감소와 판매딜러망의 급격한 축소로 미국 시장 점유율은 과거 40% 수준에서 20% 내외까지 하락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 공간을 파고들고 있는 것은 유럽과 아시아의 완성차업체들이다.

지난해 세계 4위였던 독일의 폴크스바겐은 1분기 143만여대의 승용차를 판매, 일본의 도요타(145만대)에 바짝 접근하며 2위로 뛰어올랐다. 폴크스바겐이 미국의 GM과 르노-닛산을 제치고 도요타와 접전을 벌일 수 있었던 것은 소형차 시장에서 선전했기 때문이다.

폴크스바겐은 비록 최근 포르쉐와의 합병이 무산됐지만 전문가들은 GM이 물러간 뒤 도요타와 함께 세계 자동차 1위 자리를 놓고 다툴 후보로 폴크스바겐을 꼽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아우디를 포함해 고급차, 대중차, 상용차 등 9개 브랜드를 아우르는 폴크스바겐그룹은 2018년까지 그룹 판매량을 1천100만대로 잡았는데 이는 세계 자동차 판매량의 15%에 달한다.

소형차 판매 호조를 바탕으로 급성장하고 있는 이탈리아의 피아트는 크라이슬러 지분과 GM의 유럽 자회사인 오펠 인수를 추진하며 덩치를 키우고 있다.

현재 피아트, 알파로메오, 페라리 등의 브랜드를 보유한 피아트가 크라이슬러와 GM 유럽 사업부문을 인수할 경우 새로 설립된 회사의 연간 수입은 800억유로(1천63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그간 피아트와 마세라티로 프리미엄 스포츠카 시장에서는 확실한 우위를 점해온 피아트는 이번 크라이슬러 인수로 약점으로 지적되던 소형차와 대중차 시장에서도 무시할 수 없는 세력 확장을 꾀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도요타와 혼다, 한국의 현대기아차도 친환경 고효율 차량과 소형차 부문에 가진 강점을 십분 활용, 불황기 GM과 크라이슬러의 공백을 차지하기 위한 공세를 늦추지 않고 있다.


실제로 GM을 제치고 1위에 등극한 도요타는 올해 생산 목표치를 작년 대비 28% 줄이는 등 일찌감치 지나치게 커져버린 몸집의 부작용이 적지 않은 상황이지만 혼다와 함께 여전히 북미 시장에서 절대적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미국의 빅3가 휘청거리는 사이 최근 미국에서의 시장점유율을 7.3%로 높였다. 이는 1년 새 1.8%포인트나 상승한 것이다.

시장전문 조사업체인 '글로벌 인사이트'는 GM 고객 이탈로 인해 현대기아차가 중심이 된 한국 업체들의 미국 내 소형차 판매가 지난해 45만대에서 2013년에는 72만대까지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이 현대기아차에 반드시 유리한 것만은 아니다.

김기찬 한국자동차산업학회장은 "GM이 소형차와 미래형 차를 키우고 크라이슬러가 피아트와 손잡으면 현대기아차의 경쟁자가 늘어나는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불황의 터널을 빠져나가는 과정에서 업계의 성공여부가 소형차 판매에 달려있다고 진단한다.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자동차 시장은 수요가 줄어 30% 이상의 공급과잉의 상태가 됐지만 소형차만은 상대적으로 판매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소형차 시장을 장악하는 업체들이 차 업계의 '빅3' 순위를 완전히 뒤바꿀 것이라는 예상도 이래서 나온다.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인한 자동차 업계의 불황과 위기가 이들 업체에는 새로운 기회로 찾아온 것이다.

미국 빅3 업체 중 상태가 비교적 양호한 포드가 최근 미시간 공장의 트럭 생산라인을 기존 소형차 브랜드인 '포커스'를 업그레이드한 '뉴 포커스'라인으로 교체하고 소형차 시장에 뛰어든 것도 같은 맥락이다.

친환경차 개발도 향후 업계 재편의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오바마 정부가 GM과 크라이슬러 파산 문제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도 중대형 위주에 연비가 낮은 미국 '빅3' 업체가 친환경업체로 거듭날 수 있도록 대대적인 수술을 가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일부에서는 GM의 파산보호 신청으로 세계 '빅5'의 순위가 완전히 뒤바뀔 것으로 예상한다. 현재 '빅5' 중 도요타, 폴크스바겐, GM, 포드는 잔류하지만 순위 변동을 겪게 되고, 르노-닛산은 현대기아차, 피아트, 혼다의 추격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공학과 교수는 "글로벌 업체간 합종연횡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향후 2-3년내에 업계 판도가 완전히 재편될 것"이라며 "일부 프리미엄 브랜드를 남겨놓고 전반적으로 자동차의 소형화 추세가 뚜렷해지는 한편 친환경 문제도 큰 이슈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faith@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2009/06/01 21:48 송고